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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퀴벌레' 경고에 이은 자동차 할부 연체율의 그늘
    시장동향 2025. 10. 19. 19:46

    S&P 500 지수는 연일 최고가 랠리를 펼치고, Nvidia를 위시한 AI 관련 기술주들은 식을 줄 모르는 열기 속에 있습니다. 우리 한국 투자자들의 시선 역시 온통 이 '빅테크' 거인들에게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것은 바로 미국인들의 '주차장'에서 들려오는 경고음, 바로 '오토론(Auto Loan)' 연체율 급등입니다.

     

    오토론 자동차할부 연체율
    2025년 10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하이랜즈 랜치의 한 미니(Mini) 대리점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전시된 2026년형 쿠퍼 S 컨버터블을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1. "가장 안전했던" 자산의 배신: 오토론은 왜 무너지고 있나?

    최근 VantageScore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오토론 연체율은 2010년 이후 무려 50% 이상 급증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10여 년 전만 해도 가장 안전한 소비자 신용 상품으로 분류되던 오토론이 이제는 '가장 위험한'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 살인적인 차량 가격: 팬데믹을 거치며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약 6,700만 원)를 돌파했습니다. 고가의 럭셔리 모델과 전기차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죠.
    • 급등한 유지 비용: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보험료, 수리비 등 유지 비용도 천정부지로 솟았습니다.
    • 고금리의 압박: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8년'이라는 초장기 상환 대출까지 받아들였습니다. 자동차 금융정보 사이트 Edmunds에 따르면,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구매할 때, 기존 차량의 잔존 가치보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더 많은 '깡통차(Underwater)'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일부는 1만 달러가 넘는 빚을 고스란히 안고 새 차를 구매하는 '빚 돌려막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2. "제2의 2008" 서막? 제이미 다이먼의 섬뜩한 경고

    현재 미국인들이 짊어진 오토론 부채 총액은 1조 6,600억 달러(약 2,200조 원)에 달합니다. 미국 소비자연맹(CFA)은 이 연체 및 채무 불이행 속도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의 몇 년과 맞먹는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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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개인들의 문제일까요? JPMorgan Chase의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최근 서브프라임 오토론 대출 기관(Tricolor)과 자동차 부품 제조사(First Brands)의 파산을 두고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그 뒤에 더 많은 바퀴벌레가 숨어있을 확률이 높다"라는 섬뜩한 비유를 던졌습니다.

     

    이는 오토론 부실이 단순한 소비자 문제를 넘어, 관련 금융 기관과 산업 전반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미국 경제의 견고함을 지탱하는 '소비'라는 기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3. 진짜 위험: '우량 차주'까지 번진 연체 바이러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연체 위기가 신용 점수가 낮은 '서브프라임(Subprime)' 계층을 넘어, 신용 점수가 양호한 '프라임(Prime, 661~780점)' 계층으로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Moody's Analytics는 팬데믹 시절을 복기합니다. 정부 지원금(스티뮬러스)과 각종 구제 프로그램 덕분에 소비자들의 신용 점수가 전반적으로 부풀려졌습니다. 이들은 "실제보다 더 건강해 보였습니다." 이 시기, 대출 기관들은 높아진 차량 가격에도 불구하고 신용 기준을 완화하며 공격적으로 대출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지원금은 끊겼고, 학자금 대출 상환은 재개되었으며, 고물가와 불안한 고용 시장이 가계 예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결국, 팬데믹 시절 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매했던 '겉보기 우량 차주'들이 가장 먼저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 가계의 재정 건전성이 예상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투자자,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미국 증시가 AI와 빅테크의 열기로 뜨겁지만, 그 이면에서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엔진이 삐걱대고 있습니다. 오토론 시장은 미국 가계 재정 건전성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탄광 속 카나리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투자자들은 이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1. 맹목적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합니다.
    2. 지금 당장 '제2의 2008 금융 위기'가 온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고용 시장이 5% 미만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통제된다면 연체율은 다시 안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가 모두의 예상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나타난 것임은 분명합니다.
    3. 내 포트폴리오의 '소비재' 비중을 점검하십시오.
    4. 미국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자동차, 유통, 사치품 등 '경기 소비재' 섹터입니다. 내 포트폴리오가 특정 섹터, 특히 경기에 민감한 소비재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때입니다.
    5. '현금 흐름'과 '펀더멘털'에 집중하십시오.
    6. 경제가 불확실할수록, 빚에 의존하는 기업이 아닌, 강력한 현금 창출 능력과 탄탄한 재무제표를 가진 '우량 기업'의 가치가 부각됩니다. S&P 500이나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지금은 옥석 가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화려한 기술주 랠리에 취해 시장의 경고음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투자자는 빛나는 곳뿐만 아니라, 그늘진 곳에서 발생하는 작은 균열도 놓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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