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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비행' 시작한 연준,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에도 금리 인하 강행?시장동향 2025. 10. 29. 23:08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시선이 온통 연준(Fed)의 금리 결정에 쏠려 있습니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주 기준 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안갯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셧다운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9월 고용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연준은 비행기의 핵심 계기판(고용)이 꺼진 채 '깜깜이 비행'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공식 데이터도 없이 내리는 이 결정이 우리 투자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지난 9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연합뉴스/재클린 마틴 기자)
1. 공식 데이터는 없지만... '민간 데이터'가 보내는 경고
연준이 '깜깜이 비행'을 하는 것은 맞지만, 아예 참고할 데이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공식 데이터가 막힌 상황에서, 이들은 민간 기업의 데이터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민간 데이터가 보내는 신호는 꽤 암울합니다.
- ADP 민간 고용: 9월 민간 고용이 3만 2천 건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 Revelio Labs 데이터: ADP와 인력 인텔리전스 기업 Revelio Labs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9월 일자리 증가는 고작 1만 3천 건에 불과합니다.
이는 공식 데이터가 발표되기 전(5~8월)의 상황과도 일치합니다. 윌밍턴 트러스트(Wilmington Trust)의 분석에 따르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민간 부문 일자리는 총 15만 7천 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격적입니다. 헬스케어 부문에서만 24만 9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반면, 나머지 모든 민간 부문(제조, 건설, 소매, 정보, 비즈니스 서비스, 레저 등)을 합치면 오히려 9만 2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투자자 인사이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려는 첫 번째 이유는 '고용 시장의 명백한 둔화'입니다.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인력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의 '직원 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미국 경제의 엔진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2. 식어가는 경제 vs 잡히지 않는 물가: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문제는 경제가 식어가는 와중에도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연준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는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 셧다운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사회보장 연금 인상률 계산을 위해 발표되어야 함)
9월 근원 CPI(변동성이 큰 식료품, 에너지 제외)는 전년 대비 3.0% 상승하며, 전월의 3.1%보다 아주 소폭 냉각되는 데 그쳤습니다.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2%)를 훌쩍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패트릭 하커 전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합니다.
"연준은 지금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1970년대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히 '스태그플레이션'처럼 느껴집니다."
고용 시장은 분명히 둔화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은 관세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고착화(stuck)'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는 침체(Stagnation)하는데 물가만 오르는(Inflation) 최악의 시나리오,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투자자 인사이트:
연준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동시에,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해야 하는 정책적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일단 '물가'보다는 '경기'를 더 급한 불로 보고 대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3. 연준의 선택: '위험 관리'라는 이름의 도박
그렇다면 연준은 왜 물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 인하를 선택하려는 걸까요? 바로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때문입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채권 매니저인 윌 스티스(Wil Stith)는 연준이 고용 시장 붕괴라는 '명백한 위험'과 관세로 인한 (어쩌면 일시적일 수 있는) '물가 상승 위험' 사이에서 전자를 선택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이 선택이 '도박'일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에스더 조지 전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연준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일시적'이라고 너무 자신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관세가 부과되기 전부터 이미 인플레이션은 문제였으며, 이론과 달리 실제 경제에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지 아닐지는 불분명하다고 경고합니다.
💡투자자 인사이트:
이번 금리 인하는 '경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 즉 '위험 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유동성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만약 연준의 도박이 실패해 인플레이션이 계속 고공 행진한다면 연준은 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4. 수면 아래의 또 다른 뇌관: '서브프라임' 경고등
연준의 고민은 '고용'과 '물가'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금융 시스템 곳곳에서 작은 균열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 Zions Bancorp 은행이 두 건의 상업 및 산업 대출에서 5천만 달러의 손실을 발표했습니다.
- JPMorgan Chase를 포함한 여러 은행이 자동차 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영향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제2의 금융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명백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입을 모읍니다.
패트릭 하커 전 총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한계에 몰린 이들이 바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라며, "경제가 어려워지면 신용 기준이 느슨했던 은행들이 문제를 겪는 것은 전형적인 사이클의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투자자 인사이트:
고금리와 고물가 속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서브프라임)부터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기저 체력이 생각보다 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데는 이러한 금융 안정성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투자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연준은 지금 '경기 둔화',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금융 시스템 균열'이라는 세 가지 위협 속에서 '고용 데이터'라는 핵심 계기판 없이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 예상되는 금리 인하는 시장에 단기적인 안도감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금리 인하가 '축포'가 아니라 '경고등이 켜진 경제에 대한 예방 주사'임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진짜 데이터'에 주목하라: 정부 셧다운이 끝나고 발표될 '진짜' 고용 데이터와 향후 물가 지표가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입니다. 데이터가 예상보다 더 나쁘다면 경기 침체 공포가, 예상보다 좋다면 '끈적한' 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덮칠 수 있습니다.
- 연준의 '다음 행보'를 읽어라: 시장은 이미 12월 추가 금리 인하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과 연준 위원들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만큼, 이번 FOMC 성명서와 기자회견의 미묘한 뉘앙스 변화를 포착해야 합니다.
- 방어적 자세를 견지하라: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 환경은 투자자에게 가장 까다로운 숙제입니다. 섣부른 낙관론보다는, 경기 둔화와 고물가 환경 모두를 염두에 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전략과 현금 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시점입니다.
연준의 '깜깜이 비행'이 연착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난기류를 만날지, 모든 투자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면책 조항(Disclaimer) 본 포스팅은 투자 추천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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