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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Nvidia' 꿈꾸나? 리게티(RGTI) 15% 폭등 뒤에 숨겨진 진실미국주식 2025. 9. 21. 10:51
2025년 9월,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소폭 상승하며 숨을 고르는 사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양자컴퓨팅 기술의 선두주자, Rigetti Computing(NASDAQ: RGTI)입니다. 금요일 하루에만 무려 15.4%나 폭등하며 시장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AI의 뒤를 이을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 폭등세, 과연 새로운 성장 신화의 서막일까요, 아니면 신기루에 불과한 것일까요?

최근 리게티 컴퓨팅을 비롯한 양자 컴퓨팅 주식들이 뜨겁습니다. 미 공군이 쏘아 올린 신호탄: 주가 폭등의 이유
모든 것은 하루 전 터져 나온 '낭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Rigetti가 미 공군 연구소(Air Force Research Laboratory)와 무려 580만 달러(약 79억 원) 규모의 3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공급 계약이 아닙니다. 양자 네트워킹 기술 개발이라는, 미래 기술의 핵심을 선점하기 위한 중대한 프로젝트입니다.
Rigetti는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QphoX와 협력하여 양자 컴퓨터 간의 정보 전송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국방과 직결되는 최첨단 기술 개발에 정부 기관이 직접 거액을 투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장의 투자 심리는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정부가 인정한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에, 투자자들은 Rigetti의 미래에 기꺼이 베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마전 인도 첨단 컴퓨팅 개발 센터(C-DAC)와의 양해각서(MOU) 체결로 인한 급등 소식을 포스팅했었습니다. 이때도 제가 '정부가 인정한 기술력'이라는 내러티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참고: https://ultimateant.tistory.com/50)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 CEO가 직접 밝힌 '냉정한 현실'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달리, 정작 회사의 수장인 Subodh Kulkarni CEO의 발언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신중했습니다. 그는 이번 계약을 "아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종류의 연구 프로그램(a far-out kind of research program)"이며, "아직은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지금의 계약이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시장은 '미 공군 계약'이라는 키워드에 열광했지만, CEO는 기술의 현재 단계를 정확히 알리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한 셈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 장기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재의 주가 급등이 '기대감'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90억 달러 가치, 타당한가?
CEO의 신중한 발언은 Rigetti의 재무 지표를 들여다보면 더욱 명확하게 이해됩니다. 현재 Rigetti의 주가매출비율(PSR)은 무려 779배에 달합니다. PSR은 회사의 시가총액을 연간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되지만, 779배라는 수치는 '천문학적'이라는 표현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Rigetti의 지난해 매출이 고작 1,080만 달러(약 148억 원)에 불과하며, 이는 심지어 2023년 매출보다도 감소한 수치라는 점입니다. 연간 150억 원도 채 벌지 못하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90억 달러(약 12조 4천억 원)를 넘어섰다는 것은, 현재의 기업 가치가 오로지 '양자컴퓨팅'이라는 미래의 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잠재력은 막대하지만, 지금 당장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 또한 그만큼 거대하다는 뜻입니다.
'꿈'과 '현실' 사이, 현명한 투자자의 선택은?
Rigetti Computing의 주가 폭등 사례는 미래 기술주에 투자할 때 우리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 '뉴스'의 이면을 읽어야 합니다: '미 공군과의 수백만 달러 계약'이라는 헤드라인 뒤에는 '아직은 먼 연구개발 단계'라는 현실이 존재합니다.
- '밸류에이션'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꿈의 크기가 아무리 크더라도, 현재 기업의 가치가 현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PSR 779배는 분명 위험 신호입니다.
- '대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양자컴퓨팅의 미래가 유망하다고 생각한다면, Rigetti처럼 변동성이 큰 소형주 외에 다른 선택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lphabet(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안정적인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연구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Rigetti에 대한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단기적인 급등세에 올라타기보다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을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제2의 Nvidia'를 찾는 여정은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섣부른 추격 매수는 돌이키기 힘든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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