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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낳은 2000% 폭등주... Oklo, 5년 뒤엔 빈 껍데기만 남을까?미국주식 2025. 9. 21. 22:58
요즘 미국 증시의 화두는 단연 AI입니다. Nvidia와 Microsoft가 이끄는 AI 혁명은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문제가 숨어있습니다. 바로 '전력난'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말 그대로 전기를 집어삼키는 괴물이며, 이 엄청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냉정하게 숫자를 바라봐야 합니다. 이때,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차세대 원자력 기술 스타트업, Oklo (OKLO) 입니다. AI 시대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라는 기대감 하나만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1년간 무려 1,980%, 거의 20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그야말로 광기 어린 질주입니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뜨거운 열기는 종종 냉정한 현실을 가리곤 합니다. 과연 Oklo는 제2의 Nvidia가 될 자격이 있을까요? 아니면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탄 위험한 거품일까요? 5년 뒤, Oklo의 미래를 냉정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AI가 정말 전기를 집어삼키는 괴물인가? 엄청난 전력 수요가 정말 필요한가?
지난 8월 구글에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MIT Technology Review: In a first, Google has released data on how much energy an AI prompt uses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동종업계에서 최초로 공개한 데이터를 통하여 구글이 지난 한 해동안 기술의 발달로 전력 소모량을 1/33 수준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원문: The report also finds that the total energy used to field a Gemini query has fallen dramatically over time. The median Gemini prompt used 33 times more energy in May 2024 than it did in May 2025, according to Google.) 즉 우리는 데이터 센터의 확산만 고려했을 뿐 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절약(최적화) 기술의 발달을 놓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가 더 많이 건설되더라도 소요되는 에너지가 데이터 센터와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거나 도리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또한 데이터 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415테라와트시(TWh) 수준으로 (2024년 기준) 전세계 전력 소비량의 1.5%에 불과합니다. (Data centres – at least at the scale seen today – are relatively new actors in the energy system at the global level. Today, electricity consumption from data centres is estimated to amount to around 415 terawatt hours (TWh), or about 1.5% of global electricity consumption in 2024., 출처: IEA: Energy demand from AI) 물론 최근 5년간 12%씩 증가해 왔지만 실제 전력 수요 증가는 냉난방기의 전기화, 전기차의 보급 등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데이터 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는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
꿈은 원대하다: AI 시대의 에너지 솔루션, 소형모듈원전(SMR)
Oklo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들은 '오로라 파워하우스(Aurora Powerhouse)'라 불리는 혁신적인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75메가와트(MW)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이 모듈형 원자로는 수천 가구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필요에 따라 원자로를 추가하여 발전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향후 20년간 미국에서만 80기가와트(GW) 이상의 신규 에너지 용량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은 Oklo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입니다. 미국 정부 역시 원자력 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AI가 만들어낸 거대한 전력 수요를, 탄소 배출 없는 차세대 원전으로 해결한다는 Oklo의 비전. 이것이 바로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거대한 꿈이자 서사입니다.
현실은 냉혹하다: '매출 제로'의 딜레마
꿈은 이처럼 장밋빛이지만, Oklo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치명적인 사실은 Oklo가 아직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곧, 그들이 자랑하는 '오로라 파워하우스'를 단 한 기도 건설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2030년 이전에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전적으로 NRC의 최종 승인에 달려 있습니다.
설령 승인을 받는다 해도, 실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최소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대장정입니다. 이는 앞으로 5년, 심지어 10년 동안 Oklo는 단 1달러의 매출도 발생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최근에 건설 된 미국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위치한 보글(Vogtle) 원자력 발전소는 최근 3호기와 4호기를 완공하는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현재 Oklo는 연간 5,300만 달러(약 730억 원)의 현금을 소진하고 있으며, 연구 및 인증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 수치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물론 5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파산할 위험은 적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매출 없는 성장'이 언제까지 용납될 수 있을까요?
192억 달러의 가치, 과연 합리적인가?
현재 Oklo의 시가총액은 약 192억 달러(약 26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1년 만에 20배 가까이 폭등한 결과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 당장 매출이 없고, 5년 뒤에도 매출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의 가치가 과연 26조 원이 넘는 것이 합리적인가?"
원자력 발전 사업은 소프트웨어 기업처럼 가볍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막대한 초기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규제의 문턱은 상상 이상으로 높으며, 수익이 발생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합니다. 만약 수익이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마 10년 이상이 지난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Oklo의 현재 주가는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AI 시대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투기적 심리가 만들어낸 신기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5년 후를 내다본 현명한 투자자의 선택
Oklo는 분명 AI 시대가 요구하는 흥미로운 기술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기술이 항상 훌륭한 투자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Oklo가 직면한 현실은 명확합니다.
- 규제라는 거대한 허들: NRC의 승인 없이는 모든 것이 '계획'에 불과합니다.
- '제로'라는 재무 상태: 매출과 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 가치는 오직 기대감에 의존합니다.
- 과도한 밸류에이션: 현재 주가는 앞으로 10년 이상의 완벽한 성공을 미리 반영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5년 후 Oklo의 주가는 지금보다 현저히 낮아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대감이 걷히고 냉정한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 주가는 본래의 가치를 찾아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투자는 화려한 스토리를 좇는 것이 아니라, 냉정한 숫자와 현실에 기반해야 합니다. Oklo의 사례는 우리에게 AI라는 키워드에 가려진 위험을 경고하며, 투자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은 뜨거운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이 기업이 실질적인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는지를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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