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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cle, 실적은 놓쳤는데 주가는 36% 폭등? AI 시장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었다미국주식 2025. 9. 11. 19:13
"AI 버블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을 떠돌던 때가 불과 몇 주 전입니다. OpenAI의 CEO 샘 알트먼마저 'AI 거품'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의구심을 단 한 방에 날려버린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데이터베이스 회사로 익숙한 Oracle (NYSE: ORCL)입니다.

오라클의 창업자인 래리 앨리슨은 어제 주가 상승으로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했습니다. 놀랍게도 Oracle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과 이익 모두 월가의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주가는 하락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죠.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Oracle의 주가는 다음 날 무려 36%나 폭등하며 1992년 12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500억 달러(약 340조 원) 이상 불어났고, 창업자 래리 앨리슨은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요? 월가를 경악시킨 Oracle의 실적 발표,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숫자에 속지 마세요, 진짜 이야기는 '미래 계약'에 있었습니다
이번 Oracle 쇼크의 핵심은 당장의 손익계산서(P&L)가 아닌, 미래의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에 있었습니다. 바로 '잔여이행의무(RPO,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입니다.
조금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RPO는 '이미 계약은 체결했지만, 아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회계상 매출로 잡히지 않은 금액'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미래에 들어올 것이 확실시되는 '예약 매출'인 셈이죠.
Oracle이 발표한 RPO 규모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무려 4,550억 달러, 한화로 약 620조 원에 달하며 전분기 대비 약 360%나 급증한 것입니다. 이는 Oracle의 클라우드 인프라(OCI) 사업이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탄이었습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OCI 사업이 올해 77% 성장하여 18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고, 2030년에는 144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투자자들은 당장의 분기 실적이라는 '나무'가 아닌, RPO라는 거대한 '숲'을 본 것입니다. 눈앞의 숫자보다 미래의 성장 잠재력에 압도적으로 베팅한 결과가 바로 36% 주가 폭등으로 나타났습니다.
Oracle의 큰손 고객들, 알고 보니 'AI 어벤져스'
그렇다면 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계약을 안겨준 '큰손' 고객들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Oracle의 CEO 사프라 카츠는 "AI 업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the who's who of AI)과 중요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명단은 실로 화려합니다. OpenAI, xAI, Meta, Nvidia, AMD 등 현재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 플레이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중 OpenAI와의 계약 규모가 5년간 3,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과거 Oracle은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의 강자였지만,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Amazon의 AWS, Microsoft의 Azure, Google Cloud에 밀려 고전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 공급자로 화려하게 부활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Deutsche Bank는 "Oracle이 AI 인프라의 리더임을 강조했다"고 평가했고, William Blair는 Oracle의 RPO를 "경이로운(astonishing)" 수준이라고 극찬했습니다. AI 랠리의 주인공이 칩을 만드는 Nvidia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순간입니다.
Oracle발 나비효과, AI 랠리는 이제 2막 시작?
Oracle의 '깜짝 보고서'는 시장 전체에 강력한 에너지를 불어넣었습니다. AI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기술주 중심의 강세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믿음을 심어주었죠.
이러한 낙관론은 다른 AI 관련주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Oracle이 AI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를 기존 250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하자, AI 칩의 선두주자인 Nvidia (NVDA)와 AMD (AMD)의 주가도 각각 4%, 3.5%씩 동반 상승했습니다. S&P 500과 나스닥 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화답했습니다.
Truist Wealth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키이스 러너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강세장의 지배적인 테마는 AI와 기술이었고, Oracle의 최신 보고서로 다시 한번 그것이 검증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은 AI 혁명이 단기적인 테마가 아니라, 시장을 이끌어가는 거대한 패러다임임을 재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Oracle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
Oracle의 드라마틱한 주가 상승은 우리 투자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째, 성장 기업을 볼 때는 현재의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RPO, 수주잔고 등)를 반드시 함께 살펴야 합니다. 손익계산서에 드러나지 않는 거대한 잠재력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AI 혁명의 가치 사슬은 반도체 칩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그리고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으로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Nvidia가 쏘아 올린 공을 Oracle과 같은 인프라 기업이 이어받았듯, 다음 수혜주는 어디가 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물론, 일부 분석가들은 Oracle의 소수 고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나 장기적인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OpenAI 같은 고객이 막대한 계약 금액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Oracle의 이번 발표가 AI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는 사실입니다. AI 랠리가 끝났다고 속단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오히려 이제 막 2막이 시작되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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