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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아들이 던진 98조원 승부수, 할리우드 지각변동의 서막인가?미국주식 2025. 9. 12. 22:37
AI와 빅테크가 연일 증시를 뜨겁게 달구는 지금, 조금은 낯선 이름의 '빅딜'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Oracle(ORCL)의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이 이끄는 Paramount Skydance가 무려 710억 달러(약 98조 원)에 달하는 Warner Bros. Discovery(WBD) 인수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의 합병은 초거대 미디어 그룹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불과 한 달 전, 80억 달러를 들여 Paramount 인수를 마무리 지은 그가 왜 또다시 이런 거대한 도박에 나서는 걸까요? 이 M&A는 단순히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사는 것을 넘어, 할리우드의 판도를 뒤흔들고 수많은 투자자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대 사건입니다. 오늘은 이 거대한 거래 뒤에 숨겨진 3가지 핵심 장애물과 투자자로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를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넘어야 할 첫 번째 산: 독과점 우려와 '트럼프'의 그림자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메이저 스튜디오는 5개에서 4개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곧바로 규제 당국의 날카로운 칼날을 마주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 뉴스: Paramount의 CBS News vs Warner Bros.의 CNN
- 케이블: Paramount의 MTV/Nickelodeon vs Warner Bros.의 HBO/Cartoon Network
- 영화/TV 스튜디오: 두말할 필요 없는 거대 스튜디오들의 결합
이처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기업의 합병은 명백한 '독과점' 이슈를 낳습니다. 채프먼 대학의 레이몬드 스페어 교수는 "이미 고도로 집중된 산업이 더욱 집중될 것"이라며 "경쟁이 줄어들면 결국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는 단기적인 시장 지배력 강화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입니다.
여기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그는 과거 CBS News의 보도 방식을 문제 삼아 Paramount를 고소했고, CNN을 '가짜 뉴스'라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권력을 이용해 이 거래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 인사이트: 이 거래는 단순한 비즈니스 딜이 아닙니다. 미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와 '트럼프 리스크'라는 정치적 지뢰밭을 통과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입니다. 승인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710억 달러, 돈이 전부가 아니다: 엇갈리는 이해관계
Oracle 창업자의 아들인 데이비드 엘리슨은 세계 1위 부호(자산 3630억 달러, 어제 오라클 주가의 급등으로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1위가 되었습니다.)인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자금력만 보면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Warner Bros.의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현재 회사를 스트리밍/스튜디오 부문과 부채가 많은 케이블 부문으로 분할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그는 분할 후 스트리밍/스튜디오 사업이 현재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엘리슨의 인수 제안이 이 분할 계획을 포기하게 만들 만큼 '압도적으로' 매력적이어야만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신용등급 문제도 발목을 잡습니다. Paramount는 이미 부채 비율이 높은 편이라, 이번 인수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더 강등되면 '정크 본드(투기 등급)' 수준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향후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히 상승함을 의미하며, 거대 미디어 공룡의 발목에 무거운 족쇄를 채우는 격입니다.
📌투자자 인사이트: 겉으로 보이는 '98조 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각기 다른 셈법을 가진 경영진과 채권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특히 Paramount의 재무 건전성 악화 가능성은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핵심 리스크입니다.
승자의 저주? '지는 해'를 떠안는 딜의 명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하필 지금, 이 두 회사가 합쳐져야 하는가?"
Paramount와 Warner Bros. 모두 케이블 TV 시청자들이 스트리밍으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 현상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작년에만 양사는 케이블 네트워크 자산 가치를 수십억 달러나 상각 처리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Paramount+와 HBO Max 역시 Netflix, Disney+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화 및 TV 제작 산업 자체가 깊은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의 영화/TV 제작은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작년에만 35% 급감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도 12% 추가 하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하는 것은, 마치 가라앉는 배 두 척을 밧줄로 묶는 것과 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물론 합병을 통해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수천 명을 해고하며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는 산업'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투자자 인사이트: 이번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절박한 시도입니다. 투자자는 합병으로 인한 단기적인 비용 절감(시너지) 효과에 현혹되기보다, 합병된 거대 기업이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거대한 도박, 관망이 필요한 이유
데이비드 엘리슨의 Paramount와 Warner Bros. 합병 시도는 할리우드의 미래를 건 거대한 도박입니다. 성공한다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미디어 공룡이 탄생하겠지만, 그 과정에는 규제 당국의 칼날, 복잡한 재무 문제, 그리고 산업 전체의 쇠퇴라는 세 개의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섣부른 투자는 금물입니다. 이 거래는 단기간에 결론 나기 어려운, 매우 높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당장의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앞으로 나올 규제 당국의 심사 결과, Warner Bros.의 분할 계획 진행 여부, 그리고 양사의 신용등급 변화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
이 거대한 도박이 할리우드의 새로운 역사를 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지, 전 세계 투자자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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