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빠진 이유, Tesla의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미국주식 2025. 10. 3. 10:42
"역대급 실적!"이라는 뉴스가 나오면 주가는 당연히 환호성을 지르며 오르는 게 상식 아닐까요? 하지만 지난밤 미국 증시에서 Tesla (TSLA)는 이 상식을 보기 좋게 깨뜨렸습니다.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3분기 차량 인도량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5% 넘게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25년 8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Tesla 공장에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는 모습 단순히 숫자에 가려진 이면을 보지 못하면 우리는 투자의 중요한 기회와 위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오늘은 Tesla의 역대급 실적 발표와 그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투자자들이 무엇을 주목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숫자는 화려했다: '신기록' 달성의 비밀
우선 팩트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Tesla가 발표한 3분기 차량 인도량은 무려 497,099대에 달합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약 439,800대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이자, 작년 같은 기간의 462,890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분기별 신기록입니다.
숫자만 보면 완벽한 '어닝 서프라이즈'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이 엄청난 판매량의 배경에 '미국 연방 세금 공제 혜택 종료'라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7,500(약 1,000만 원)에 달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사라지기 전에 차량을 구매하려는 '막차 수요'가 3분기에 대거 몰린 것입니다. 마치 대규모 할인 행사가 끝나기 직전 매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죠. 이는 GM, Ford 같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즉, 이번 호실적은 Tesla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라기보다는, 미래의 수요를 앞당겨 쓴 '수요 당겨쓰기(Pull-forward)'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축제가 끝나면 청구서가 날아온다: 보조금 절벽의 공포
시장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다음'입니다. 보조금이라는 단비가 그친 4분기, 그리고 2026년의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이것이 바로 월스트리트의 가장 큰 질문입니다.
CFRA의 애널리스트 개릿 넬슨(Garrett Nelson)은 보고서에서 "이번 데이터는 과거를 돌아보는 것(backward-looking)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보조금이 없는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와 Tesla의 신규 모델 부재가 앞으로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대한 의문이 남아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몇 분기 동안 힘든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맥락입니다. 시장은 이미 3분기의 화려한 파티가 아닌, 파티가 끝난 뒤 날아올 차가운 청구서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쟁사인 Rivian (RIVN)이 암울한 미래 전망을 내놓은 것 역시 이러한 전기차 산업 전반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심상치 않은 유럽 시장의 경고등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바다 건너 유럽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심상치 않습니다.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26.8%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같은 기간 Tesla의 유럽 판매량은 오히려 22.5%나 급감했습니다.
시장은 커지는데, 선두주자인 Tesla의 점유율은 쪼그라들고 있다는 명백한 위험 신호입니다. 현지 경쟁자들의 부상과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반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Tesla를 놓지 못하는 이유: 'AI와 자율주행'
그렇다면 Tesla는 이제 끝난 주식일까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언제나 미래를 보고 움직입니다. 9월 한 달간 Tesla의 주가가 30% 이상 급등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단기적인 전기차 판매량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장기 투자자들이 Tesla를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 회사를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AI 및 로보틱스 기업'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Gene Munster)는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로 위에 수많은 전기차가 필요하며, Tesla는 불과 3개월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차를 도로에 깔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현재 판매되는 모든 Tesla 차량은 미래의 로보택시(Cybercab)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생태계를 확장하는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것입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아직 전기차의 중요성조차 부정하는 동안, Tesla는 이미 자율주행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죠.
당신은 어떤 투자자입니까?
Tesla의 3분기 실적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 호실적의 이면: 기록적인 판매량은 연방 세금 공제 종료라는 일시적 효과에 기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
- 다가오는 역풍: 보조금 절벽과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라는 단기적인 어려움은 분명한 리스크입니다.
- 미래의 비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는 'AI와 자율주행'이라는 강력한 장기 성장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분기별 판매량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명확히 해야 할 때입니다. 내가 전기차 판매량에 베팅하는 트레이더인지, 아니면 AI와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투자하는 장기 투자자인지를 말이죠.
다가오는 10월 22일, Tesla는 3분기 전체 실적을 발표합니다. 이때 우리는 차량 판매 마진율과 경영진이 제시하는 '보조금 이후 시대'에 대한 전망을 통해 더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숫자들이야말로 Tesla의 진짜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미국주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론 머스크의 ‘넷플릭스 손절’ 선언, 주가 급락은 시작에 불과할까? (0) 2025.10.04 Pfizer 5.6% 급등, 트럼프와 맺은 ‘극비 계약’의 전말 (월가 투자자들은 왜 환호했나?) (0) 2025.10.03 AI 랠리의 숨은 주인공? 전기 수요가 띄운 Bloom Energy(BE) 주가 폭등의 비밀 (0) 2025.10.01 Nvidia 다음은? AI 랠리의 숨은 수혜주, '이 기업'에 월가가 열광하는 이유 (0) 2025.09.30 파산 탈출한 Wolfspeed 25% 폭등, 축배를 들기엔 너무 이른 이유 (0) 2025.09.30